베트남 비즈니스 칼럼

"통역은 단순히 말을 옮기는 일이 아니에요"

5년째 전시 현장을 지켜온 베트남어 통역사 조안 님의 이야기

호치민에서 5년째 한국어–베트남어 통번역을 이어오고 있는 조안 님을 만나, 통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현장에서 배운 것들까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시아통번역연합입니다.

해외 전시회나 기업 상담 현장에서 통역사는 흔히 언어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히 말을 바꾸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제품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비즈니스 방식을 연결하는 일까지 함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호치민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어–베트남어 통역사 조안(Doanh)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조안 님은 베트남 호치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올해로 5년째 통번역 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시가 끝난 날, 부스를 정리하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잠시 시간을 내어 통역사로 살아온 경험과 현장에서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호치민에서 활동하는 한국어–베트남어 통역사 조안 님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안 님: 안녕하세요. 한국어–베트남어 통역을 하고 있는 조안입니다.

동나이성 비엔호아 출신이고, 호치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어과를 졸업했습니다. TOPIK은 6급입니다.

통역 일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5년째이고, 현재는 호치민에 거주하면서 전시회와 기업 관련 통역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Q. 처음부터 통역사를 꿈꾸셨던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조안 님: 처음부터 통역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웃음)

고등학교 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 관심이 대학교 전공으로 이어졌고, 통역 일을 시작하게 된 건 4학년 때였습니다.

아는 분의 부탁으로 처음 전시회에 나가게 됐는데, 제가 전달한 한 문장 때문에 상담이 이어지고 며칠 뒤 실제로 샘플이 오가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때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한 일은 단순히 언어를 전달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 하나가 실제 비즈니스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경험했거든요.

그때 "이 일을 직업으로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현재는 주로 어떤 분야에서 통역을 하고 계신가요?

조안 님: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전시회 부스 통역입니다.

그 외에도 B2B 상담회, 공장 실사, 정부기관 방문, 시장조사 동행 같은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180건 정도 현장을 경험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전시회였습니다.

분야로 보면 식품가공, 포장기계, 소비재 유통 쪽이 가장 익숙합니다.

전시회 통역은 일반적인 회의 통역과는 조금 다릅니다.

부스에서는 통역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니에요.

먼저 지나가는 바이어에게 관심을 끌고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이 사람이 실제 구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 제품 설명과 통역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전시 통역은 언어 능력뿐 아니라 현장 감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시 현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안 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체력입니다.

부스 통역은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하루 8시간 이상 계속 서 있어야 하고, 그걸 3~4일 연속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 경험하는 분들은 앉아서 통역하는 일을 생각하고 오셨다가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전시 전날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컨디션 관리에 신경 씁니다.

두 번째는 제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자료 없이 가면 첫날 오전 대부분의 시간을 제품을 파악하는 데 쓰게 됩니다.

하지만 전시 첫날 오전은 가장 많은 상담이 이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사전에 자료를 받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Q. 통역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안 님: 저는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어 실력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좋은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미리 카탈로그와 제품 스펙 자료를 받으면 용어집을 만듭니다.

제품 관련 용어를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정리해 두면 전시 기간 동안 같은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고, 바이어에게도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을 살피는 능력입니다.

통역은 단순히 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조안 님: 식품 포장기계 업체 부스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시 마지막 날이었고, 마감까지 약 40분 정도 남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변 부스들은 이미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분이 부스를 찾아오셨는데, 메콩델타 지역의 가공공장 구매 담당자였습니다.

처음 질문은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몇 개까지 생산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그 질문을 듣고 바로 느꼈습니다.

‘아, 이분은 실제로 제품 사용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구나.’

그래서 준비했던 설명 순서를 바꾸고 생산량과 유지보수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공장이 해당 업체의 중요한 거래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Q. 5년 동안 통역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조안 님: 처음에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틀리지 않고 번역하는 것이 좋은 통역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통역이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를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업 상담에서는 작은 표현 하나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표현뿐 아니라 상황과 분위기까지 함께 보려고 합니다.

Q. 앞으로 통역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조안 님: 기계와 포장 분야에서 더 전문성을 가진 통역사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제품과 관련된 용어를 잘 이해하는 통역사는 상담 시간을 줄이고, 기업과 바이어가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올 때 "어떤 통역사를 찾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도록, 믿고 떠올릴 수 있는 통역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조안 님: 전시 기간은 생각보다 정말 짧습니다.

3~4일 동안 많은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통역사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시 전에 제품 자료를 공유해 주시고, 짧게라도 설명해 주시면 현장에서 훨씬 더 좋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통역사는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과 바이어가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좋은 연결을 만드는 통역사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통역이라는 일은 언어를 바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5년 동안 다양한 현장을 경험해 온 조안 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평소 쉽게 지나쳤던 통역사의 역할과 그 안에 담긴 노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 다음 인터뷰에서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레드트랜스

통역·번역 칼럼

현장 통역과 문서 번역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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