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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근로계약서, 번역만 해서 쓰면 안 되는 이유

"한국 본사에서도 3개월 수습인데요?"

얼마 전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베트남에 막 법인을 만든 한국 기업의 담당자가 근로계약서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한국 본사에서 쓰는 계약서를 베트남어로 번역했습니다. 특별히 문제될 건 없겠죠?"

전체적으로는 꽤 잘 만들어진 계약서였습니다. 직무도 적혀 있고, 급여도 있고, 근무시간도 있고, 회사의 비밀을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문장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입사일로부터 3개월을 수습기간으로 한다.

그래서 먼저 물었습니다. "이 직원은 어떤 직무인가요?"

담당자는 조금 의아하다는 듯 답했습니다. "일반 사무직입니다. 그런데 한국 본사도 다 3개월인데요?"

제가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의 계약서를 볼 때 조금 걱정하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입니다. 계약서를 대충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아주 익숙하게 사용하던 기준을 베트남에서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3개월 수습, 베트남에서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현재 베트남 고용관계의 기본 법률은 Labor Code 2019, Law No. 45/2019/QH14입니다. 이 법의 제25조는 수습기간을 직무에 따라 나눠서 규정합니다. 기업 관리자에 해당하는 업무는 최대 180일, 대학 이상의 전문·기술 수준이 필요한 직무는 최대 60일, 중급 전문·기술직 등은 최대 30일, 그 밖의 업무는 최대 6영업일입니다.

같은 업무에 대한 수습은 한 번만 할 수 있습니다. 수습기간 급여 역시 제26조에 따라 해당 직무 급여의 최소 85% 이상이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회사는 원래 수습기간이 3개월입니다"라는 회사 내부 원칙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 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반 사무·전문직이라면 60일이라는 상한을 먼저 봐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본사에서 쓰던 계약서에 ‘3개월’이라고 적혀 있으니 그대로 번역해 넣었다면요? 계약서는 번역됐지만 법적 기준은 현지화되지 않은 셈입니다.

실제로 Le & Tran도 2026년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자주 범하는 법률 실수 가운데 하나로 한국식 근로계약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별도로 꼽고 있습니다.(첨부링크)

저는 수습기간보다 오히려 ‘이 생각’이 더 신경 쓰입니다

사실 수습기간 숫자는 고치면 됩니다. 60일이어야 하는데 3개월로 되어 있다면 확인해서 수정하면 되죠. 제가 더 신경 쓰는 것은 이런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해본 대표님에게 그 경험은 분명 큰 자산입니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면 가끔 그 경험이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근로계약뿐 아니라 직원 징계, 계약 종료, 취업규칙, 사회보험 같은 문제는 결국 베트남의 법과 절차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해외법인의 계약서를 볼 때 단순히 문구가 잘 작성됐는지만 보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한국의 인사제도를 베트남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아닌가?"

그걸 먼저 보는 편입니다.

"그럼 1년 계약하고 매년 갱신하면 되죠?"

이것도 현장에서 충분히 나올 법한 질문입니다.

베트남 노동법 제20조를 보면 근로계약은 크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으로 나뉩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은 최대 36개월입니다. 그리고 기간제 계약이 끝났는데 직원이 계속 근무한다면 계약 종료 후 30일 안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간제 계약을 한 차례 더 체결한 뒤에도 계속 고용할 경우에는 무기한 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며, 법에서 정한 일부 예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1년 쓰고 괜찮으면 또 1년, 그다음에도 또 1년."

이라는 방식도 회사 마음대로 계속 반복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 부분도 계약할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나중에 직원과 관계가 틀어졌을 때입니다. 서로 사이가 좋을 때 계약서를 자세히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계약서는 대부분 문제가 생긴 다음 다시 펼쳐봅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지금 당장 직원과 사이가 좋은지가 아니라,

"1년 뒤 이 직원과 분쟁이 생겼을 때 이 문서를 다시 꺼내도 괜찮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직원이 10명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계약서만 봐서도 안 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베트남에서 법인을 처음 만들 때는 직원이 두세 명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조금씩 커져 직원이 10명 이상이 되면 내부 노동규정(Internal Labor Regulations)도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베트남 노동법 제118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내부 노동규정을 마련해야 하고, 근로자 10명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서면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제119조에서는 10명 이상 사업장의 내부 노동규정을 관할 노동당국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며, 규정 발행 후 10일 이내에 등록서류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근무시간만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근무질서, 산업안전, 직장 내 성희롱 대응, 회사 자산과 영업비밀 보호, 징계 대상 행위와 징계 방식, 책임 소재 등 실제 회사 운영과 연결되는 내용들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접근은 조금 위험합니다.

"근로계약서에 회사 규정을 어기면 해고할 수 있다고 써놨으니 괜찮겠지."

직원을 징계하거나 계약을 종료할 때는 근로계약서 한 줄만 보는 게 아니라, 내부규정과 실제 절차, 그 과정에서 남겨놓은 기록까지 함께 보게 될 수 있습니다. ECOVIS Vietnam Law가 외국인투자기업의 HR 컴플라이언스를 단순한 ‘서류업무’가 아니라 계약·사규·사회보험·징계·해고·기록관리를 묶은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약서를 너무 자세히 쓰면 직원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이런 얘기도 종종 나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수습, 책임, 비밀유지, 징계, 계약종료까지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괜히 관계를 딱딱하게 만드는 것 같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 느낌 자체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좋은 계약서는 상대방을 의심해서 만드는 문서가 아니라,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줄여놓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설마 저렇게 하겠어?"

사업에서는 이 두 문장이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계약서가 구체적일수록 관계가 삭막해지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나중에 서로 "나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여지는 줄어듭니다.

한국에서든 베트남에서든 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비슷합니다. 선의를 믿지 말자는 게 아니라, 선의만 믿고 사업하지 말자는 겁니다.

베로남 Comment

제가 베트남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의 근로계약서를 본다면 우선 네 가지를 확인할 것 같습니다.

  • 수습기간과 수습급여가 직원의 직무에 맞게 설정되어 있는지
  • 기간제 계약기간과 갱신 방식이 베트남 노동법에 맞는지
  • 급여·근무시간·근무장소·보험 등 필수적인 근로조건이 제대로 담겨 있는지
  • 직원이 늘어났다면 내부 노동규정과 징계·계약종료 절차까지 함께 정비되어 있는지

대표님이 Labor Code 2019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전문가가 할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두셨으면 합니다.

한국 본사에서 10년 동안 문제없이 사용한 계약서라고 해서 베트남에서도 10년 동안 문제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번역은 문장을 베트남어로 바꾸는 일이고, 현지화는 그 계약의 기준을 베트남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저는 해외에서 사용하는 계약서라면 번역보다 현지화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 회사 계약서는 괜찮은 건가요?"

베트남 노동법을 검색하면 수습기간이 며칠인지, 기간제 계약이 몇 년까지 가능한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업을 시작하면 궁금한 건 결국 이것입니다.

"일반적인 규정은 알겠는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계약서는 괜찮은 건가요?"

블랙박스에서는 베트남 현지 경험을 가진 전문가에게 법인설립, 계약, 노동, 회계·세무 등 실제 사업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을 회사 상황에 맞춰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하던 방식이 베트남에서도 통할지 애매해지는 순간, 그때가 한번 확인해볼 시점입니다.

베로남

前 베트남 현지 로펌

베트남의 어렵고 복잡한 법률·회계 이야기,
한국 사업자의 입장에서 쉽게 풀어드립니다.

※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기업의 업종·투자형태·거래구조 등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규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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