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 이커머스 현장에서 기업들의 진출과 운영을 오랫동안 함께해 온 퍼스트마케팅컴퍼니 김부장입니다.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과 상담하다 보면 꽤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쇼피 크로스보더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판매하는 게 좋을까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한국에서 제품을 보내느냐, 베트남에 재고를 두고 판매하느냐의 차이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해보면 이 질문의 핵심은 조금 다릅니다.
‘어느 방식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 브랜드가 어느 단계에 있는가’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잘못하면 매출보다 먼저 물류비와 재고가 쌓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쇼피 크로스보더와 베트남 현지 판매는 실제로 무엇이 다르고, 우리 브랜드는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까요? 시장 데이터와 실제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베트남 시장에서 쇼피가 중요한 이유
먼저 시장부터 보겠습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310억 달러, 전년 대비 25.5% 성장했습니다. 전체 상품·서비스 소매판매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만 놓고 봐도 성장 속도는 상당합니다.

시장조사업체 Metric에 따르면 2025년 Shopee, TikTok Shop, Lazada, Tiki 4개 플랫폼의 거래액은 약 429조7천억 동으로 전년 대비 34.75%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Shopee의 점유율은 56.04%였습니다.

Momentum Works의 집계도 비슷합니다. 2025년 베트남 플랫폼 이커머스 시장을 약 204억 달러로 추정하면서 Shopee 58%, TikTok Shop 39%, Lazada 3%로 분석했습니다. 조사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자료 모두 베트남 온라인 거래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Shopee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방향은 일치합니다.
즉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 문제는 이제 "쇼피에 들어갈 것인가"보다 "어떤 구조로 들어갈 것인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먼저 두 가지 구조를 구분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Shopee에서 판매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입니다.
한국 사업자를 기반으로 Shopee Korea를 통해 입점하고, 한국에서 베트남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Shopee Korea의 SLS(Shopee Logistics Service)를 이용하면 판매자는 주문이 발생한 상품을 한국 내 집하지까지 보내고, 이후 통관과 베트남 현지 배송은 Shopee 물류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Shopee Korea는 현재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한국 셀러가 베트남 마켓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입점 구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흔히 말하는 베트남 로컬 판매입니다.
베트남 현지에 재고를 확보하고 현지 운영 주체를 통해 주문·배송·CS·마케팅을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현지 법인이나 유통 파트너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Shopee 규정상 판매자는 신원·사업자·은행계좌 등 필요한 정보를 제출해야 하며, 외국인 투자 법인이 판매하는 경우 해당 사업에 필요한 적절한 사업 라이선스도 요구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베트남 계정 하나를 만들면 된다"는 수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크로스보더의 가장 큰 장점은 ‘싸게 파는 것’이 아닙니다

크로스보더의 진짜 장점은 시장 진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에서 제품이 팔릴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에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재고를 보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창고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입, 재고관리, 현지 운영인력, 반품, CS, 회계·세무 등 관리해야 할 항목이 함께 늘어납니다.
반대로 크로스보더는 한국에 재고를 보유하면서 실제 주문이 들어온 상품부터 출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브랜드가 베트남 진출을 검토할 때 첫 단계부터 대량 현지재고를 만드는 방식은 상당히 신중하게 보는 편입니다.
특히 브랜드 검색량도 없고, 현지 SNS 반응도 없고, 베트남에서 어떤 SKU가 팔릴지도 모르는 상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 극대화가 아니라 ‘무엇이 팔리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문이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크로스보더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배송입니다.
한국에서 출고되는 상품과 이미 베트남에 들어와 있는 상품은 고객 입장에서 같은 조건이 아닙니다.
쇼피 역시 물류 속도를 계속 중요한 경쟁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Shopee 모회사 Sea가 발표한 2025년 실적 자료를 보면, 즉시배송·당일배송과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구매자들은 도입 이후 평균 지출액이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베트남 단일 시장의 결과는 아니지만, Shopee가 빠른 배송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결국 동일한 제품이라면 소비자는
‘가격이 비슷하다면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처럼 반복구매가 발생하는 제품일수록 배송 속도의 영향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크로스보더냐 로컬이냐’만 보면 안 됩니다

여기서 많은 기업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크로스보더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상품을 한국에서 한 건씩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Shopee Korea는 베트남에서 3PF(Third Party Fulfillment) 방식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크로스보더 셀러가 베트남의 외부 물류창고에 미리 재고를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현지에서 출고하는 방식입니다.
Shopee 공식 안내 기준으로 베트남 3PF 상품은 주문 생성 후 평균 1~2일 이내 출고가 가능하며, 기존 한국 출고형 SLS와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계정은 크로스보더 구조를 유지하면서 물류는 로컬에 가깝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실제 선택지는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에 가깝습니다.
한국 재고 크로스보더 → 크로스보더 + 베트남 현지재고 → 완전한 현지 운영
이렇게 단계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실제 브랜드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Shopee Korea가 공개한 토리든(Torriden)의 베트남 사례가 참고할 만합니다.
토리든은 베트남에서 3PF를 도입한 뒤 2개월 시점에 전년 동월 대비 주문 건수가 14%, 매출이 11% 증가했습니다.
Paid Ads를 통한 주문은 35%, 플래시딜 주문은 28% 증가한 것으로 공개됐습니다.
물론 이것을 "3PF를 사용하면 모든 브랜드의 매출이 11% 오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토리든은 이미 베트남에서 일정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쇼피가 공개한 인터뷰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인지도와 빠른 배송을 함께 활용한 것이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여기서 봐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상품 수요가 이미 확인된 브랜드에게는 물류 속도가 다음 성장의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크로스보더부터 시작해야 할까?

제가 실무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은 기업은 크로스보더에서 먼저 데이터를 만드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베트남 판매 경험이 없거나, 현지에서 잘 팔리는 SKU를 아직 모르는 브랜드, 베트남 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기업, 초기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법인·창고·대량 재고부터 갖추는 것은 시장 검증보다 인프라 투자가 먼저 나가는 구조가 됩니다.
특히 Shopee Korea는 2025년 1~8월 한국 크로스보더 셀러 데이터를 기준으로 베트남에서 뷰티·헬스·홈앤리빙 등이 주요 판매 카테고리로 나타났다고 공개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가 유망하다는 것과 내 제품이 팔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실제 상품을 올리고 가격·리뷰·광고·전환율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현지 재고를 고민해야 할 시점도 분명합니다

매월 꾸준히 주문이 발생하고 있고, 몇 개의 핵심 SKU에 판매가 집중되며, 광고를 확대해도 전환이 유지되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판단이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해외배송비와 배송기간이 성장을 막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베트남에서 이미 오프라인 유통을 하고 있거나 SNS·KOL 마케팅을 통해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비자는 이미 제품을 알고 있는데 배송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마케팅비를 더 쓰는 것보다 재고 위치를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인 투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재고 전환 시점을 단순히 "매출 얼마 이상"으로 판단하는 방법을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 가지를 봅니다.
베스트셀러 SKU가 확인됐는가.
반복적으로 주문이 발생하는가.
배송이 구매전환이나 주문취소의 병목이 되고 있는가.
이 세 가지가 확인됐다면 현지 풀필먼트나 로컬 운영을 검토할 이유가 충분해집니다.
결국 정답은 ‘크로스보더 VS 로컬’이 아닙니다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을 오래 지켜보면 가장 위험한 접근 중 하나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시장이라고 생각해 크게 들어가는 것입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은 분명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Shopee 역시 여전히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크다는 사실이 내 브랜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신규 브랜드라면 먼저 한국에서 크로스보더로 판매하면서 상품 반응을 확인하고, 판매 데이터가 쌓이면 잘 팔리는 SKU부터 베트남 현지재고로 전환하고, 사업 규모가 충분히 커졌을 때 현지 법인이나 유통 구조까지 확장하는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현지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이미 베트남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계속 모든 주문을 한국에서 보내는 것도 효율적인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쇼피 베트남과 쇼피 크로스보더 중 어디가 더 좋은가?"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는 지금 시장을 검증해야 하는 단계인가, 아니면 검증된 수요를 더 빠르게 키워야 하는 단계인가?"
여기에 답할 수 있다면 판매 방식도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성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의 구매 방식과 실제 운영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베트남에서 사업을 준비하거나 운영하는 기업들이 실제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주제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